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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집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불편생활-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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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cultureclub7 날짜20-08-13 01:34 조회7,15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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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집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불편생활]

“우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곁에 있어요.”

50일째 장마가 진행되고 있어요.
역대 최대 장마 기간이니만큼 곳곳에 피해도 심각한 탓에 매번 뉴스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요.
더 큰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연이은 비 소식에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어요. 쏟아지는 폭우에 애써 세워놓았던 휴가 계획이 엉망이 되기도 하고 쉽게 우울해지고 기운도 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런 감정이 지속될 때는 억지로 밝은 척을 하기보다 그 감정에 친숙해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비가 주는 불확실함을, 끝없음을, 무효함을 바라보면서 지나가기를 기다려보아요.

일제히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나면 또다시 햇살이 비치고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도 좋은 글귀 띄웁니다.

깊은 밤 검은 우산이 홀로 떠 있는 명령을 내린다.
그냥 떠 있는 것을 사랑해 우리는 일제히 비예요.
우리는 비의 형식이면서 동시에 비의 배경이다.
우리는 세계를 채운다. 우리는 우리 이전과 구분되지 않는다.
합이 도출되지 않는 이 끝없는 연산을 무엇이라 부를까.
만나지 않는 선들이 그냥 떠 있지 그냥 사랑해 더 가늘게 더 두텁게 불확실하게 우리가 주고받는 것을 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연수로 탄생하고 자연수는 무효가 될 때까지 자란다.
낮과 밤이 어디로부턴가 흘러나와 시가전을 벌인다.
낮과 밤을 떠다니게 하라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이곳에서 형상을 시작하자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현상 속에서 틀림없어지거든요
틀림없이 비를 닮아가고 있어요 우리는 비의 형식이면서 동시에 비의 배경이다.
우리는 세계를 벗어난다.
우리는 마찬가지가 될 모양입니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
그러나 없는 베개를 움켜잡고 베개에 머리를 묻고 떠내려갑니다.

_ 이수명,『비의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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